잘 보셨습니다. 그 친구 평소에도 좀 그렇게 보이는 데가 있습니다. 이 병에 대해선 전혀 무슨 혐오감이나 조심성 같은 걸 느끼지 않는 것처럼 대범스럽게 행동해 보이니까요. 이 병 알기를 무슨 몸살기나 되는 것처럼 천연스러워요. 섬사람들이 그래서 숫제 미친 사람 치부를 하고 지낼 정도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무서운 데가 있는 작잡니다. 병에 대해서도 사실은 이상스럽게 무서운 집착을 보이고 있어요. 병을 피하거나 이기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작자가 그것에 반해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이 섬 안의 누구보다도 더욱 어려운 증상의 환자가 바로 저 작자인 셈이지요.“”어쨌든 선수들은 이번에도 이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들이 시합을 이기고 돌아오던 날 소록도는 이 섬이 생긴 이후로 가장 즐거운 잔치가 벌여졌다. 선수들이 건너오는 나루터엔 솔문을 만들어 세우고 교회에 걸어두었던 만국기를 가져다 바람에 나부끼게 했다.동상이 세워지고 나서 원생들에게는 또 한 가지 새로운 부담이 늘어났다. 매월 20일을 새 ‘보은 감사일’로 정하고, 이날이 되면 병사지대의 모든 원생들은 공원 광장에 도열해 서서 동상 참배를 행해야하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20일만 되면 원생들은 남녀노소나 병세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공원 광장으로 모여와서 살아 있는 주정수와 그의 동상 앞에 경례를 바치고 훈시를 들어야 했다.하지만 조원장이 이섬 원생들에게 익혀주고 싶어한 말은 아직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병은 낫는다나병은 유전하지 않는다. 그 며칠 사이에 섬 안 곳곳에는 그런 말들리 쓰인 커다란 구호판들이 수없이 솟아나고 있었다.등뒤에서 별안간 그의 상념을 방해하고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원장님께서 아무리 다시 돌이켜보고 싶지 않으신 일이라 하더라도 저희가 어찌하여 그토록 원장님의 천국을 수락할 수가 없었고 원장님을 끝끝내 용납할 수가 없었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 글을원장님께 올리기 위하여 전 너무도 긴 세월을 기다려왔고,
“난 요새 원장이 저 공사장 작업 실적 때문에 개발회 기술자들하고 심하게 다투고 다니는 걸 자주 보아왔지.아, 그야 원장이 우리 문둥이들 편에 조금이라도 더 공로를 인정토록 해주고 싶어하는 건 우리 들로서도 크게 감사할 일이고, 원장의 인품으로 해서는 더욱더 당연한 노릇일는지 모르지.”혹한 속에서도 원생들은 또다시 노역장으로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계속된 노역으로 대부분의 원생들은 병세가 악화되고 상처투성이의 손발들이 궤양으로 패여 들어가고 있는데도 노역을 피할길이 없었다.원장은 실성한 사람처럼 황급히 배를 몰아갔다. 그리고 그의 배가 오동도를 지나 1호 제방 축성 수면 뒤로 들어섰을 때 그는 그 산 위에서 내려다본 물띠 밑으로 또하나 하얀 돌 줄기가 환상처럼 길게 뻗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두 길 물 밑까지 마참내 그 진짜 돌둑이 솟아올라와 있는 것이었다.“여자 쪽도 그것을 동의하고 있나요?”새 원장의 첫날 출근 인사치고는 싱겁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제복을 말끔히 새로 다려입고 허리에는 권총까지 매달고 나왔을망정, 병원 사람들과는 한동안 낯이 익숙해진 사람의 그것처럼 대범스런 인사말이었다. 그 싱거운 듯하면서도 얼마간은 조급스런 데가 있는 원장의 첫마디는 가벼운 긴장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부속실 사람들을 뜻밖에 당황하게 했다.병원이 이들에게 순순히 섬을 나가도 좋다고 말할 때도 이들은 이제 어쩔 수 없는 환자일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그 병원이 이들에게 익혀준 철저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섬을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그 저주스런 땅으로의 두려운 추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가끔은 그 자신의 ‘환자’에서 해방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그들도 근본적으로는 ‘환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것이며, 그 환자로서의 생존 양식과 일반의 그것을 구별짓기에 지쳐버린자들은 종종 환자로서의 자신의 특수한 처지를 벗어버리고 보다 깊은 생존의 충동에 따라 섬을 벗어나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것은 물론 이 섬과 병원 당국에 대한 배반이 아닐 수 없